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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현장인터뷰ㅣ우진교통 김재수대표 현장 초점

2015.09.08. 14:24

 

[협동담론]

 

협동조합 전환을 앞둔 노동자자주관리기업

현장인터뷰 ㅣ 우진교통 김재수 대표

 

무서운 용을 물리친 용감한 기사는 공주와 결혼했다. 그 후로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

이렇듯 모든 동화는 결혼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누구나 알다시피 진정한 사랑은 결혼식이 끝난 후 생활과 함께 시작된다.

노동자들의 생존권투쟁도 마찬가지다. 악덕 자본가에 맞서 싸운 노동자 지도부는 투쟁 승리와 함께 현장을 떠난다. 그 후의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도 진짜 싸움은 그 다음부터인 것이다.

 

우진교통 김재수(55)대표는 지난 2004년 민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으로서 우진교통 파업투쟁에 합류했다. 그러나 그는 우진교통이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전환한 후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민주노총 파견근무 형식으로 11년째 우진교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대표의 경험과 우진교통 성공사례는

대한민국 노동운동과 협동조합운동에 귀중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파업투쟁도 함께 그 이후도 함께

 

2004년 우진교통 노조원 240여 명은 경영자측의 임금체불 등을 이유로 운전대를 놓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장장 171일간의 생존권투쟁으로 경영권인수를 이끌어냈지만, 이 승리가 생존권 보장, 고용안정으로 귀결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노동자들은 투쟁과정에서 동고동락하며 신망을 얻은 조력자 김재수 사무처장을 대표로 추대하고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정작 민주노총 충북본부에서는 김재수 대표가 우진교통에 남아야 되느냐 민주노총 으로 복귀해야하느냐로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파업을 같이 했으면 최소한 경영정상화까지는 함께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 민주노총의 몫은 파업승리까지이고 그 다음 회사를 꾸려나가는 것은 현장 노동자들의 몫이라는 반대논리. 두 논리는 팽팽하게 대립되어 표결로까지 치닫게 되었다.

 

결국 최종투표에서 파견승인으로 결정이 났지만 김 대표의 고민은 계속 되었다.

버스노동자 300명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데, 이건 이데올로기와 상관없이 함께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기업을 살리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그는 고민 끝에 노동운동사를 뒤적이다, 1945~1946년도에 시도되었던 공장자주관리방식에 주목했다.

법적으로 협동조합은 불가능했고, IMF 당시 부도난 기업이 많이 시도했던 종업원지주제는 운영원리가 자본주의적이어서 문제였죠. 살아남더라도 지도부 변질로 전부 자본기업화되었으니까요.”

결국 미군정의 억압으로 역사는 단절되었지만, 해방공간에서 잠깐 나타났던 노동자자주관리제도의 복원에 희망이 있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자주관리제도를 만들어냈습니다. 협동조합 정신과 제도를 참조하여 주식회사의 법률적 요건을 충족하는 외피를 씌우는 방식을 취했지요,”

 

협동조합형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의 길로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의 물적 기초로서는 사회적 소유, 즉 주식소유를 사회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전 경영진으로부터 양도받은 50% 주식을 처음에는 청주시에 위탁하려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차선책으로 믿을 만한 지역인사 1인에게 소유권을 무상양도 했다.

지역 어른이자 민교협의장이며 대학총장인 분에게 여러가지 조건을 부과하여 주식을 무상양도 하였고 이로인해 형식은 사적소유지만 사회적 소유로 한 것이죠.”

 

그리고 그 50%주식의 의결권은 우진교통 구성원총회에서 11표로 가결된 사항에 자동으로 부여되는 형식을 취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주식회사의 11표 의사결정원리가 11표의 자주관리방식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협동조합과 자주관리의 좋은 점만을 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협동조합은 지분소유를 인정하지만 우리는 사회적소유를 택했어요. 회사는 우리 것이 아니다, 우리는 여기서 밥만 벌어먹고 가다가 후배한테 그대로 물려주자고 생각했죠. 그것이 사회적 소유의 의미입니다,”

또한 대의원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직접민주주의를 관철시켜 구성원총회에서 모든 중요한 사항들이 결정되게 하도록 했다.

 

그리하여 우진교통은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전체구성원인 노동자의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경영과 노동, 그리고 분배에 관한 모든 결정이 이루어지는 세상. 모두가 주인으로 함께 일하고 공부하고 토론하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공동체. 협동조합형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 그것이다. 

 

우리 구성원이 행복하게 사는 게 핵심"

 

김재수 대표는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의 대표 취임을 수락하면서 4가지 경영원칙을 내걸었다. 월 1회의 경영설명회실시, 임금삭감 없이 진행되는 경영정상화, 원칙있는 자본구조 안정화, 비정규직(경영관리팀)의 정규직화가 바로 그것이다.

 “200억 부채, 사채 몇십억, 현금보유고 7,000만원의 초기 자본상태에서 그런 공약을 내걸다니, 민주노총 운동가였기 때문에 내걸 수 있는 약속이었죠.”

그러나 철부지 운동가의 무모한 약속은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지켜지고 남김없이 실현되었다.

민주노총에서 배운 그대로 자본중심이 아니라 노동중심으로, 사람의 힘으로 기업을 정상화한다는 것이 내 파견의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기업회생의 금과옥조로 지켜지는 임금반납 및 임금삭감과 최대한 단시일 내 부채탕감으로 경영을 정상화해나가는 기존방식을 과감히 탈피했다.

애당초 체불임금이 쌓여서 파업했는데, 6, 7개월 동안 그 고생을 하여 파업을 승리한 후에 경영정상화의 명분으로 또 다시 임금을 삭감하자고 조합원들에게 요구할 수는 없었어요.”

우진교통은 철저하게 조합원들을 살리기 위한 방식으로 회사 재무를 운영했다. 사채업자들의 빚독촉과 재판에 시달리면서도 조합원들에게는 매달매달 정상적인 임금을 지급했다.

이것은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철학의 문제예요. 일반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기업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우리 구성원들이 먹고 살기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겁니다.”

 

언론에서는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의 경영상황도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매출과 이익규모에 천착하여 설명하곤 한다. 하지만 우진교통의 기본관심은 모범적인 재무제표 작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회계는 잘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봤을 때, 부채가 있더라도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진교통은 우리가 잘 먹고 잘 사는 게 핵심이다’, 그것이 재정을 운용하는 원칙이었죠.”

 

기업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말은 집회장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고, 노동운동지도부가 연설 때 빠뜨리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이를 말 그대로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우진교통의 사람 중심 재정운용 정책은 구성원들의 자발성을 고취하고 생산력을 증대시켰다. 현재 지역내 시장점유율은 30%를 넘고, 노동자들은 65세 정년을 보장받고, 비정규직이 없는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구성원들의 임금수준 및 처우도 업계 최고수준이라고 한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바다 위에 떠있는 작은 섬이라고 어떤 이가 말했다. 언제 뒤집혀질지 모르는 깊고 거친 생존경쟁의 바다. 이윤추구에 눈이 먼 자본기업들이 상어처럼 우글거리는 바다. 그 바다에 떠있는 평화롭고 따뜻한 작은 섬이 바로 우진교통이 아닐까.

 

노동자자주관리의 완성, “권력을 내려놓자

 

그러나 이 평화롭고 따뜻한 섬에도 거친 폭풍우는 밀어닥쳤다. 경영이 안정을 찾자 권력과 이득을 찾기 위한 욕망이 고개를 들었고 자주관리에 대한 견해 차이는 내부분열로 이어졌다. 급기야 경영진을 믿지 못한 60여 명의 조합원들은 2008년 집단퇴직을 결행하고, 퇴직금과 전 경영진 때 발생한 체불임금채권으로 회사 자금회전의 동맥과도 같은 교통카드에 압류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우진교통에서는 임금결정도 성과에 따라 합의를 통해 분배되는 등 노동조합 역할이 일반기업과는 달라진다. 그러나 이때의 노동조합지도부는 대립적 노사관계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압류사태 및 대량 퇴직으로 인한 자금 및 경영 압박은 극심했고, 임금체불은 불가피해졌다. 당장 노선운행에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해 남아있는 구성원들은 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했다. 그렇게 6개월간의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고 경영은 정상화에 들어설 수 있었다.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하고 임금삭감 안하고 4대공약을 다 지키면서 나름대로 잘해왔는데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대표와 노동조합위원장이 가지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그렇다면 권력이 상부에 없다면 되는 게 아닌가. 대표와 노조위원장의 권력을 밑으로 내려놓자, 그런 결론이 내려졌죠.”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을 표방하면서도 대표와 노조위원장이 경영과 노동, 분배과정을 주도하다보니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처절한 자기반성이었다.

기업 잘해서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자주관리라면 유한양행이 최고의 자주관리기업이겠죠. 자주관리는 경영과 노동과 분배의 주도권을 현장에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깨달았습니다.” 이때의 시련을 통해 우진교통은 투명경영에서 진정한 자주관리경영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현장의 의사결정을 실질화하는 방안, 민주적 운영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직접민주주의를 통한 운영방안을 연구했다모든 권력은 구성원총회에서 나오고 모든 중요한 사항은 구성원총회에서 직접투표하여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를 근간으로 삼았다. 구성원총회에서 직접투표로 대표, 자주관리위원, 노조위원장을 뽑고 경영문제, 현장문제를 막론하고 주요정책을 최종 결정한다.

 

자주관리위원회는 일반기업의 이사회의 역할과 비슷한데, 회사의 주요 경영정책을 심의, 의결한다. 인사위원회, 자주관리공동결정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채용평가위원회, 공동복지위원회, 우진공제회, 우진교통미래성장위원회의 7개 소위원회를 산하에 두고 있다.

소위원회의 결정력을 담보하기 위해 소위원회의 초안이 자주관리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구성원총회에 직접 상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일례로 임금협약은 최종적으로 구성원총회에서 결정하나, 실제로 대표에서부터 단위조합원까지 모든 임금은 공동결정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이렇듯 자주관리기업의 권력은 현장구성원에게 내려놓아지고, 직무자치를 통해 구현되어가고 있다.

 

모든 위원회는 전문성을 앞세워 자주관리정신을 훼손하지 않도록 7:3 혹은 6:4의 비율로 현장에서 직접 노동을 하는 사람을 더 많이 포함하여 구성합니다. 그것이 자주관리정신입니다.”

'노동자치'라고 할 현장에도 교통안전관리위원회와 11개 조의 현장자치모임이 있다. 그런데 특기할만한 사실은, 이 많은 회의에 참여해야 하는데도 모임마다 조합원 참여율은 90%를 넘는다고 한다. 조합원들이 살아있고 주인으로 우뚝 서있다는 방증이다.

 

지역에 하나의 자주관리기업이 있다는 것은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이 청주지역버스업계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업계 최고의 점유율을 가진 우진교통의 당당한 존재감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든든한 뒷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우진교통의 독특한 공동체 문화와 투명하고 정직한 기업문화는 시민사회에 건강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전국에서 비정규직 버스승무원이 없는 지역은 청주시가 유일하다. 시에서 지원금을 받아 비정규직을 채용하려던 못된 계획도, 촉탁직을 쓰려던 꼼수도, 환승요금을 없애려던 계획도 우진교통이 막아냈다. 버스업계에서 기본적으로 두달 치 임금체불을 깔고 가는 관행도 청주에서는 발붙일 수 없게 됐다. 버스 배차시간표, 화장실 시간표도 승무원들의 요구에 맞춰 개선되었다.

 

단정하게 넥타이를 맨 근무복을 입은 우진교통 승무원이 먼저 법을 지키면서 선도하는 한, 지역버스문화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보기에는 그냥 버스가 지나가는 것 같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배차시간표를 어기고 돈을 더 벌기 위해 다양한 불법경쟁, 과당경쟁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 안전을 위해 우리가 먼저 법을 지키면서 나가니까, 그런 불법행위가 점차 사라지는 거죠.”

 

투명한 재무회계와 경영 때문에 우진교통은 대중교통의 중심과 신뢰의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청주시 대중교통 정책도 우진교통이 내놓은 데이터를 기초로 해서 만들어질 정도이다또한 현재 청주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로 가기까지에는 6년 전부터 수익금공동관리와 업체별 운행노선담당제를 골자로 하는 기획안을 만들고 꾸준히 정책연구를 진행해온 우진교통의 힘이 컸다.

우리조합원들이 너무나 자랑스럽지요. 대중교통업계를 넘어 지역의 분위기를 선도하는 품격있는 노동문화를 언제나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우진교통은 최근 입찰에 떨어져 비록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파행을 거듭해온 청주시노인전문병원민간위탁사업에 뛰어든 적이 있다. 그 이전에는 시의 지원을 받아 보육바우처사업을 담당하는 사회적기업 충북청주시민센터의 정상화 및 협동조합 전환과정에 관여했다. 김재수 대표가 임시대표로 파견되어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건강한 노동을 통해 기업을 살리자는 우리의 가치를 지역사회에 확장해나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확충이나 사업적 비전보다는 우리 노동자끼리 서로 도와주고 힘을 빌려줘야 한다는 동료의식이 더 컸습니다.”

이런 협동조합형 자주관리기업이 청주에 말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결국은 교육이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우진교통의 모든 신입사원은 공채를 통한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시내버스회사 취업에는 뒷돈거래가 관행인 현실에서 우진교통은 자주관리기업 출범 이후 현재까지 공채원칙을 한번도 어기지 않았다. 이를 위해 구성된 것이 채용평가위원회이다.

 

마침 인터뷰를 진행한 날은 신입사원 6명의 최종합격이 결정된 날이었다. 이들은 서류심사와 실기시험을 거쳐서 15명의 예비합격자 명단에 먼저 이름을 올렸다. 그 이후 반나절동안 자주관리기업, 노동문제 등에 관한 상호토론을 한다. 토론과정을 지켜본 채용평가위원의 만장일치 판정을 받아 최종합격자로 낙점되었다.

좋은 사람이 들어오는 것에 우리의 미래가 걸려있으니만큼 채용과정은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칩니다. 만일 청탁이나 돈이 오고간 정황이 보이면 무조건 불합격처리를 함으로써 채용부정비리의 싹을 뽑았습니다.”

 

우진교통은 신입사원 채용방식도 남다르지만 기존의 조합원 교육도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김재수 대표는 자주관리기업의 성패는 노동을 건강하게 바꾸는 데에 달려있다노동을 바꾸는 것은 결국 교육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우진교통은 모든 일상활동이 교육과 연계되어 있다. 우진교통의 전 구성원은 최소 한달에 두 번 모임에 참석한다. 경영설명회를 통해 현안보고와 경영교육을 받으며 자기가 속한 현장자치모임을 통해 자기 노동에 대해서 토론을 한다. 거기에 전체구성원을 40명씩 나누어 일년에 한 번 12일 일정의 여행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노동을 살려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비효율적이라 지적받을 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교육받고 토론하고 민주적 회의와 절차에 충실했습니다.”

 

노동자자주관리는 권력과 돈 그리고 이기심에 대한 욕망을 집단적으로 조율하거나,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면 갈등과 분열이 반드시 뒤따른다는 것이 김대표의 지론이다. 그래서 자율과 자치는 높은 수준의 세계관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년에 한 번씩 시행되는 6개월짜리 자주관리 활동가교육도 있다. 자본주의, 노동자의 철학, 노동운동사, 우진의 역사, 자주관리위원회, 노동과 경영에 대해서 배우는 16번의 강좌와 토론이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밤에는 술자리를 가지면서 토론하고 여행도 네 차례나 진행되는 이 교육을 통해서 사람이 바뀌었다. 지난 6년 동안 총 구성원 306명 중에 120명이 이 교육을 거쳤다. 이제 현장문화가 바뀌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빨갱이교육이냐고 반발하던 분들도 많았지요. 그러나 교육수료생이 현장에서 모범을 보이니까 이제는 회사에서 지원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바뀌었어요.”

끊임없는 교육과 토론을 통해 술, 노름, 폭언으로 대표되는 거친 운짱 문화가 건강한 노동자 문화로 진화된 것이다. 직무자치를 통해 자신의 노동을 스스로 관리하고, 지역 노동자와 연대하고, 동호회활동을 통해 문화생활을 즐기고,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행복한 일상이 자리잡은 것이다.

 

협동조합 전환의 속사정은?

현재 우진교통은 노동자자주관리기업에서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구성원들에게 협동조합 원리에 대한 교육도 제공하고, 최근에는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델란드 등 협동조합선진국가에 단체 연수도 다녀왔다.

사실 현재도 운영과 정신에 있어서 95%는 사실상 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의 법적형식이 경영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에는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김 대표의 문제의식은 투쟁으로 자주관리기업을 이룩한 1세대가 점차 퇴직을 앞두고 있는 현실변화에 있었다.

이 엄청난 자산가치를 가진 우진교통은 누군가 똑똑하고 영악스러운 개인이 마음만 먹으면 사적으로 소유하기 쉽게 되어있습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1세대가 남아있는 동안 협동조합으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주식회사 체제를 협동조합적 법형식으로 안착시켜야만 일하는사람들의 자주적 일터인 우진교통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담보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구성원들의 합의에 이른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은 뜻밖의 암초에 부딪힌 상황이다.

우진교통 자주관리기업 출범 후 10. 150억원대의 악성부채를 청산했고 지난 7월에는 55억여원을 들여 3,000여평의 제2차고지도 마련하는 등 자산가치를 불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재무제표로 표현되는 경영실적이 아니라 사람중심으로 기업을 운영하다보니 39억원의 자기자본 잠식 상태가 걸림돌이 된 것이다. 현행 법률상 일반기업은 자기자본잠식상태를 벗어나야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조합원 월급 주고 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법률상 숫자로 보이는 재무제표 지표가 중요하다고 하니 요건을 갖추어나가려고 합니다.”

 

실제 경영상황을 보면 우진교통은 지난해 13억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흑자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이것은 외부감사회사로서 금융감독원에서 파견된 회계사가 투명하게 감사한 회계장부가 보여주는 객관적 사실이다. 하지만 회계관리를 협동조합전환에 대비하여 누진제 퇴직금 관행에 맞추어 다시 정리하다보니, 지난해 13억 흑자를 적자성적표로 바꾸게 된 것이다.

 

우진교통은 내년까지 누진퇴직연금 액수를 맞추고 이후로 협동조합 전환을 위한 재무제표 정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협동조합 전환을 위한 조급한 마음으로 현실을 희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김대표의 철학이다.

협동조합 전환을 하긴 하는데, 5년이든 10년이든 구성원들의 처우와 행복을 희생하지 않고 차근차근 진행해나갈 생각입니다.”

 

민주노총과 협동조합형 자주관리기업의 경계에서

 

현재 김재수 대표가 발 딛고 있는 땅은 민주노총과 자주관리기업과 협동조합의 삼중 경계지대이다. 정해진 길이 없는 경계인이기 때문에 내려야만 하는 혼자만의 결단의 순간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자신은 결코 길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아니며 오히려 노동자들이 자신을 이 길로 이끌어왔다고.

 

파업부터 지금까지 조합원들은 나를 리더로 만들어줬습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닙니다조합원들의 힘에 의해 노동조합투쟁의 지도부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집단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리더쉽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리더쉽의 본체는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문화를 실현하기 위한 쌍방향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재수 대표는 자주관리기업 출범 이후 3년 임기 대표직에 4번 출마해서 현재도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5년여 전 민주노총으로 복귀하려고 하였으나 조합원들이 천막농성까지 불사하면서 적극 만류하여 주저앉힌 이야기는 지역을 넘어 널리 회자되었다.

 

민주노총파견자 신분으로서 11년간 기업을 운영해오면서 그의 세계관에는 충돌과 변화가 없었을까?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편향되지 않는 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자주관리기업 대표로서 노동이 경영을 포함한다는 생각에도 이르렀고요. 그러나 근본적인 세계관과 인간관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치열하고 철저하게 살아야한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투쟁현장은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과 또 다른 버스자본, 어용노조, 버스노동자보호, 세금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것들, 이런 것들 속에 있죠.”

그에게서는 끊임없이 정방향을 가리키려 고민하는, 살아있는 나침반의 형상이 보였다. 현실의 흐름을 정확히 감지하기 위해 온 몸을 긴장하며 애쓰는, 나침반의 진지함과 견결함이.

투쟁에서 경영까지, 10년이 넘는 세월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자주관리기업 대표 생활. 그러나 김재수 대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준비해나가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있다.

  

글. 박정미(협동담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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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우진교통, 버스와 함께하는 예술여행 '눈길'-중부매일 관리자 2015-06-17 7361
299 진짜 '일'하고 싶었던 사람들의 노동이야기(우리동네 사회적경제) - 세모41호 관리자 2015-06-04 7079
298 새 주인 찾은 청주시노인병원…아직 먼 정상화의 길-연합뉴스 관리자 2015-05-27 6791
297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 우진교통,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운영 참여하나-한겨례 관리자 2015-05-22 6745
296 충북시민연대, “청주시노인전문병원 공공성 실현하는 위탁자로“-아시아뉴스통신 관리자 2015-05-22 7697
295 청주노인병원 위탁응모 개인병원 "노조와 병원 공동운영"-연합뉴스 관리자 2015-05-22 6768
294 김재수 우진교통 대표 “청주시노인병원 정상화 적극돕겠다”-아시아뉴스통신 관리자 2015-05-22 7403
293 우진교통 소식지 17호, 18호, 19호, 20호, 21호, 22호 file 관리자 2015-04-10 7029
292 준공영제 도입…2016년 버스 이용 편리해진다-충청리뷰 관리자 2015-03-16 8875
291 “보험만 바꿨는데 1년에 1억원 모았다”-충청리뷰 관리자 2015-03-16 6767
290 사람을 닮은 자본…다른 세상은 가능하다-충청리뷰 관리자 2015-03-16 6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