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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경기도 수원시와 용인시를 오가는 버스를 운행하는 A씨는 요즘 일에 관한 심적 부담이 크다. 몇 달 전 지금 직장으로 옮겨오면서 체력적인 문제는 새로 적응했지만 좀처럼 적응할 수 없는 분위기가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A씨는 버스 기사 경력 10년을 쌓는 동안 이런저런 일들을 겪었지만, 지금과 같은 고민을 한 적은 없었다. 근무 날이면 종일 그를 괴롭히는 문제 상황은 직장과 직업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한다.

처음 B여객에 입사했을 때 A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노선에 맞게 버스를 운전하고 있었다. 교통법규에 어긋나지 않게 착실히 업무에 임했으며 정류장도 놓치지 않았고, 승객들을 불편하게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지 앞차와의 간격이 자꾸만 벌어졌다. 덕분에 정류장마다 승객들의 불만을 들어야 했고, 타고내리는 승객 수가 많아지면서 앞차를 좇아가기가 더 어려워져 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빠르게 뒤따라오는 뒤차도 무시할 수 없으니 같은 번호의 버스가 줄줄이 함께 달리는 장관을 연출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도대체 그가 잘못한 게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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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 지키는 게 잘못인 분위기"

A씨는 종점에 다다라서 몇 분 쉬는 시간에 동료 운전기사들에게 멋쩍게 웃으며 '미안합니다'하고 인사를 건넸다. 잘못한 것은 없지만, 어찌 되었든 동료에게 폐를 끼쳤으니 미안한 마음을 전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깨달았다. 신호를 지켜서는 배차간격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배차간격이 8분~15분 정도 되는데, 신호 지키면서 운행하면 앞차를 좇아갈 수가 없다. 간격이 벌어지면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승객이 늘어나면서 운행이 더 지연되고, 간격은 또 더 벌어지고……"

지난해 9월 경기도에서 실시한 도민생활 및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28.1%가 배차간격을 불편사항으로 꼽았다. 노선부족(36.9%)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처럼 버스 운행에서 배차간격은 아주 민감한 문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배차간격을 무난히 유지할만한 수의 차량이 운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A씨의 상황처럼 추격하듯 운행해야 간신히 제시간에 댈 수 있는 여건인 노선이 적지 않다. B여객뿐만 아니라 더 큰 회사에도 대부분 노선이 빡빡한 배차간격으로 운행된다. 빠듯하게 운행 중인 기사들에게 친절을 요구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신호에 걸려도 멈춰있지 않고 차를 슬금슬금 앞으로 뺀다. 그렇게 해야 앞뒤에 달리는 차와 간격이 맞다"고 자조적으로 실태를 설명한 A씨는 "지킬 건 지키고 살았는데, 지금 말할 수 없게 자존심이 상한다"며 심정을 털어놓았다.

"버스 기사를 무법자로 만든 보이지 않는 손"

경제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서 운영진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지 버스요금은 심심치 않게 오르는데 운행 차량 확대와 같은 개선은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기름값 인상이 버스요금 인상의 전적인 요인이라고 확신시키는 듯하다. 버스 기사 월급 인상은 물론 차량 개선 등과는 무관하니 말이다. 기사들이 알아서 배차간격을 맞춰주니 회사 운영진으로서는 쾌재를 불렀는지도 모른다.

기사들 사이에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버스 운행 실태를 잘 알고 있는 터라 신호위반과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왜 개선이 안 되는지도 짐작하고 있다. 엄연히 교통법규 위반은 처벌 대상인데 버스 기사들의 신호위반 실태가 변함없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흔히 '백'이라고 하는 권력을 의심하게 된다. A씨가 일하는 B여객 사장이 정계와 유관하다는 사실이 인상 깊다.

버스 기사 경력에 사고나 교통법규 위반 이력이 남는 것은 좋지 않다. 100% 상대방 과실인 사고가 나도 기사는 여러모로 번거롭고 손해를 보게 된다. 사고 책임을 기사가 지듯 신호위반도 걸리면 기사 탓으로 간주한다. 그런 버스 기사들이 '당연함'과 '어쩔 수 없음' 사이에서 은근슬쩍 안전선을 넘어가고 있다. 회사와 기사 사이에 맺어진 암묵적 균형관계도 아니다. 기사로서는 멀리 갈 것 없이 앞차와 뒤차 사이에서 합의를 본 현실적 선택이다. 회사는 수익과 비용 사이에서 유리한 균형점을 찾았는지 모르지만, 기사들은 생계를 걸고 주어진 여건에 적응한 것뿐이다.

A씨는 이른 새벽 출근을 준비한다. 오늘은 또 몇 번의 신호를 무시해야 할지, 승객에게 몇 번이나 불만을 들어야 할지 썩 유쾌하지 않은 출근길이다. 비록 고급인력으로 떵떵거리는 일은 아닐지라도 스스로 떳떳할 수 있게 지킬 건 지키고 싶은 마음뿐이다. 일자리를 조건으로 자존감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이상한 관계가 지속할 수 있는 사회가 조금 원망스럽기도 하다.

박윤아/인터넷 경향신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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