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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특집 | 대안미래 일구는 사람들]노동 - ‘소외된 노동’이 아니라 ‘행복한 노동’을 한다
2012 11/13주간경향 1000호
ㆍ동등한 권리와 의무가 보장되는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은 노동자가 기업의 피고용인이 아니라 기업의 주인이 되어 경영에 참여하는 기업을 말한다. 충북 청주에 대표적인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이 있다. 바로 우진교통이다. 우진교통의 지희구 자주관리실장(44)은 “우진교통은 전체 구성원에게 동등한 권리와 의무가 보장된 기업”이라고 말했다. 자주관리실은 일반 기업으로 치면 총무실에 해당된다. 지 실장은 일반적 운동권 486세대처럼 1990년대에 노동운동을 했다. 지 실장은 “당시 쓰디쓴 경험을 했다”며 자세한 설명은 생략했다. 대신 그는 예전에 실패했던 노동운동의 꿈을 우진교통에서 구현하고 있었다.

우진교통에도 대표이사가 있고 임원이 있다. 하지만 회사의 전체적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이사회에 해당하는 자주관리위원회다. 총 15명으로 이뤄진 자주관리위원회 위원 중 과반수인 8명이 현장노동자다. 그 외 노조위원장, 대표이사, 임원 3명, 부장 2명이 위원회의 구성원이다. 15명 모두 전직원의 선거를 통해 선출되며, 대표에서 평사원까지 모든 사람들의 투표권은 공평하게 ‘한 표’다. 지 실장은 “우진교통은 2004년 170일간의 파업 경험을 토대로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변모했다. 당시 사회적으로 우리가 3개월을 버티지 못할 것이란 말이 많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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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구 우진교통 자주관리실장 (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직원들과 함께 웃고 있다. | 우진교통 제공

 
원래 우진교통은 2001년 두 개의 버스회사가 합병되면서 만들어진 회사였다. 하지만 3년가량 부실경영이 반복되면서 노동자들은 상습적 임금체불을 겪었다. 결국 2004년 7월 노동자들은 파업에 나섰고, 회사는 직장폐쇄로 맞섰다. 회사가 폐업하고 노동자들은 실직하는 여타 노사분규 사업장과 달리 우진교통 노동자들은 회사를 직접 회생시키기로 결정했다. 2005년 1월 우진교통 노동조합은 150여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회사 지분의 50%와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나머지 50% 지분의 상당수도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우진교통 노동자들이 회수했다.

하지만 문제는 남았다. 기존 경영진으로부터 넘겨받은 지분을 개별 노동자들에게 나눠주면 노동자 자주관리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 기존 경영진이 개별 노동자들을 접촉해 지분을 재인수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 실장은 “파업이 끝난 후 노동자들은 50% 지분을 우리가 믿을 만한 제3자에게 위탁했다. 하지만 한 명에게 지분을 모두 맡기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안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수단(자본)을 노동자들이 공동소유한다는 정신에 더욱 맞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우진교통 노동자들은 이탈자 없이 50% 지분을 지킬 수 있었다. 2004년 파업을 지원했던 김재수 민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이 새로운 대표이사가 돼 지금까지 경영을 맡고 있다. 지희구 실장도 이 즈음에 함께 입사했다.

지 실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진교통의 노사관계는 정확히 말하면 노노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영진도 노동조합 임원진처럼 노동자들의 선출로 뽑힐 뿐만 아니라, 경영진이 노동자들의 의사에 맞게 경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는 차원만 가지고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이라고 하기는 어렵죠. 소유구조에 더해서 민주적 운영방식과 최대한 많은 구성원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틀을 만들려 노력했습니다. 그럴 때에 비로소 구성원들이 소외된 노동이 아니라 행복한 노동을 하는 것이죠.”

한 우진교통 승무원은 기자에게 ‘행복한 노동’의 의미를 설명해줬다. 서울의 한 버스회사 승무원이었던 그는 2007년 우진교통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현장의 직무자치가 뿌리내린 우진교통으로 직장을 옮긴 이후 회사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노동자 기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일을 덜 하는 건 아니죠. 하지만 자율적으로 배차간격, 연비절감 목표 등을 정할 수 있고, 회사 돌아가는 사정도 상세하게 알 수 있으니 그 점이 좋죠. 보통 기업에 다니는 분들께 딱부러지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마음 편하게 일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지표상으로도 우진교통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7년 전 80억원의 적자를 내고 밥먹듯 임금을 체불했던 회사가 현재 노동자들에게 65세 정년과 320만원 가량의 월급을 보장할 수 있는 우량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김재수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우진교통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매일같이 대학, 지자체, 노동조합에서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

물론 노동자 기업이 완벽한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내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분파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한다. 2008년에는 내부 갈등으로 전체 직원의 3분의 1가량인 60여명이 갑자기 사표를 쓰고 퇴직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일로 우진교통 노동자들은 한동안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지 실장은 “2008년 전까지는 기존 경영진과 달리 투명한 경영을 하자는 목표가 있었다면, 2008년 사태 이후에 비로소 제대로 된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어려움이 구성원 간의 단결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고, 현행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시스템의 허점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다른 기업들도 우진교통처럼 변할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남는 문제는 어떻게 노동자들이 기업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느냐다. 우진교통뿐만 아니라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을 표방한 기업의 대부분은 회사가 사실상 폐업 직전 상태에 노동자들이 인수한 것이다. 지 실장은 “부도 직전인 기업을 되살리려면 전체 구성원을 한 뜻으로 모아야 할 뿐 아니라, 우리가 겪었던 여러 가지 실무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대기업은 모르겠지만 어려움에 빠진 영세업종이라면 우리의 사례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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